공부

퇴사일기, 퇴직 후의 기쁨? 상상 그이상

집순이@ 2018. 1. 18. 12:59

1. 퇴사의 목적, 무기력한 삶의 연속

그저 혼자 벌어 혼자 쓰기 딱 좋은 직장이었다. 남들은 월급이 적다고 했지만, 고가의 명품가방이나 사치를 부리지 않고, 내집을 장만하겠다는 욕심만 버린다면, 나름 만족하면서 다닐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사를 결심하기까지 많은 고민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며 이것저것 자기계발을 한답시고, 안해본 것이 없을 정도였다. 체력을 키워야한다며 한때는 운동에 미쳐 스쿼시, 스피닝, 헬스를 다니기도 하고, IT가 대세라며 뜬금없이 재직자 환급과정을 듣느라 고생을 하기도 했다.(고노부 환급과정;; 만만치 않았음) 힐링이 필요하다며 끊어놓은 기타학원은 절반도 다니지 못했다. 어느 날은 방통대에 꽂혀 1학기를 다 마치지도 못한채 .. 휴학을 하기도 하고,  손은 많이 대는대도 뭐하나 되는 일이 없는 것 같았다. 인내심 부족.. 뭐하나 제대로 이루지 못한채 심신이 점점 지쳐갔다. 

월급을 포기하지 않으면서 내가 바라는 꿈을 이루고자한다는건 과도한 욕심이라는 것도 이무렵 깨닫게 되었던 것 같다.

그러다 2017년 초에 1년 안에 이직을 하자고 굳게 마음먹었다. 줄줄이 서류에서 낙방, 운좋게 필기시험을 몇번 보곤 했지만 쓰디쓴 실패만이 남았다. 남은 선택지가 더이상 남아있지 않았다. 16년 마지막으로 본 면접에서 떨어진 것이 아직까지도 마음이 아프다.   

 

2. 서른, 퇴사를 결심하다.    

처음 입사했을 때는 이런 저런 부푼 기대와 꿈을 안고 입사했지만, 점점 무기력해짐을 느꼈다. 왠지 나는 필요없는 사람 같아보이고, 계속된 무기력증은 우울감과 자괴감까지 불러일으켰다. 무기력과 성과는 정확히 반비례했다. 누가 툭치면 눈물이 뚝뚝 흐를만큼.. 자존감도 낮아졌다.

그 와중에 조직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비정규직 철폐라는 정부의 강력한 드라이브앞에 연일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쳤고, 나의 불안한 마음을 알기라도 한듯 모두가 말렸다.

" 여자나이 서른 넘어 거기 나오면 공장밖에 더 가겠냐?"

그랬다.  나와도 딱히 할게 없었다. 더 버틸힘은 없는데, 나와도 할 게 없다면 조금이라도 체력이 남아있을때, 한살이라도 어릴때 나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위험한 생각이지만 뭘 할지는 나와서 고민해야겠다고.. 뭘 해야할지 생각조차 할 여력이 남아있지 않았다.

 

3. 퇴사 후에 잃은 것들 ?

 

퇴사를 하면서 포기해야할 것들이 참 많다. 그래서 더욱 망설였다. 당장 이번달부터 꼬박꼬박 나오던 월급이 나오지 않고, 회사에서 내주던 보험료 또한 이제 스스로 내야한다. 생각을 공유하던 많은 동료들을 잃었고, 실패해도 돌아갈 곳이 있다고 생각했던 안식처를 잃었다.

 

4. 퇴사 후의 기쁨이란,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입니다.

단연 자유이다. 5일을 쉼없이 자다 깨고를 반복했다. 겨울잠 자는 올챙이 마냥,  오랜 취준생활,인턴생활 등 남들보다 쉰 기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개운한 아침이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제2의 인생을 위하여 내 방의 도배를 직접 하기로 했다(셀프도배의 배경엔 금전적인 문제가..)

물욕을 버리고 나니, 마음이 이렇게 편할 수가 없다.   

 며칠지나면 노는것도 싫증날 것이라는 주변의 기대와는 달리. 내게 주어진 이 꿀같은 하루가 너무 감사하고

매일이 행복하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