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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자 후기 - 불편한 진실을 마주했을 때,

집순이@ 2017. 7. 3. 22:26

옥자(Okja, 2017), 스포있음

 

영화보는 것을 그닥 즐기진 않는 편입니다. 특히 그 중에서도 한국영화는 더더욱 보지 않습니다. 화차이후로 몇 년만에 처음보는 한국영화입니다. 주말개봉이라고 들었는데 자주 들어가는 p2p 사이트에 뜬 것을 보고 호기심 질러버렸습니다.

 

이야기는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슈퍼돼지를 개발하면서 시작됩니다. 전 세계 26개국에서 실제로 길러 지고 한국에서는 미자네가 선정되었습니다. 미자는 이 돼지의 이름을 '옥자'로 지어주고 가족처럼 옥자를 기릅니다. 이름에 별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니고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흔하고 평범한 우리주변의 모습'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니었을까요?  

 

 

 

 

인간의 잔혹성과 따뜻함   

 

 하마같기도 하고 코끼리 같기도 하고, 얼굴과 코부분은 개를 닮은 저 동물은 슈퍼돼지입니다.  4살때부터 함께 살아온 10살 소녀 '미자'에게 저 CG로 만들어진 슈퍼돼지 '옥자'는 가족이고, 친구입니다. 하지만 어른들은 그 누구하나 옥자를 인격체로 대하지 않을 뿐더러 아끼던 애완동물을 잃은 미자의 슬픔과 비극에는 누구도 관심이 없습니다. 

 

 미란다 코퍼레이션에서 옥자는 그저 상품일 뿐입니다. 실험실에서 자행되는 비윤리적인 연구, 좁은 케이지에서 학대당하는 동물들, 10년을 키우고도 아무렇지 않게 미자를 속이고 옥자를 팔아버린 할아버지까지 놀랍도록 현실과 닮아 있습니다. 동물은 음식일 뿐이고, 밭을 갈아줄 노동력이고, 번쩍이는 가방의 재료이자 단지 누군가에게 수익을 가져다 줄 수단일 뿐일까요? 

 

 

 

 

대중은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다.   

 동물들이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에 대해 누구도 알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불편하니까요. 그래서 흔히들 하는 것이 '분리하여 사고하는 것'입니다. '내가 키우고 있는 것'과 '키우고 있지 않은 것'을 분리하거나, '내가 먹고 있는 것'과 '비인륜적으로 도축되는 동물들'을 분리합니다. 그렇다고 모두가 채식주의자가 되길 강요하진 않습니다. 다만 봉준호 감독은 이 불편한 진실을 수면위로 꺼내놓음으로써 관객들로 하여금 모두가 외면하고 있는 불편한 진실에 대해 떠올리게 합니다.  

 

 

'옥자랑 산으로 갈래요' 단단하고 힘이 있는 연기, 미자 안서현

 

 옥자의 단 하나의 친구이자, 결국 옥자를 구해내는 히로인 미자입니다.  안서현이라는 배우는 야무지면서도 다소 고집스러운 미자역을 기특하게 소화해냈습니다. 산에서 미자와 놀고 물고기를 잡아주고 옥자의 품에 안겨 잠드는 미자는 사랑스러움 그 자체였습니다. 시종일관 우울한 분위기의 영화속에서 대사하나 없이 산속에서 평온히 낮잠을 자는 둘의 모습속에서 따뜻함을 느낍니다. 

 

 

당신은 소중한 것을 위해 얼마를 지불할 수 있나요?

작은 소녀의 용기에도  결국 도축장 안에 수많은 옥자들을 구하진 못했습니다. 단 하나의 소중한 옥자와 새끼돼지를 구했습니다. 미자는 옥자를 얻기 위해 돼지저금통을 터는가하면 온몸을 내던졌습니다. 그러나 옥자를 구할 수 있는 열쇄는 황금덩어리 돼지, 결국 돈 뿐이었습니다. 퇴락한 자본주의 사회의 단면을 보는 것 같아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씁쓸함이 밀려왔습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인 에피쿠로스는 행복의 조건을 사치와 소비 아닌 자유, 사고, 우정이라고 말했습니다. 현대사회에서 부와 명예없이 행복하긴 참 힘듭니다.